하나님나라와 칼빈의 신학적 안목
(Kingdom of God and Calvin's Theology)

                                                                                                  김 재 성 교수
                       (미국 필라델피아 연합교회, 전 합동신학대학원 대학교 조직신학)

1. 하나님 나라의 본질

2. 예수님이 선포한 천국

3. 하나님 나라의 실재와 임재

가. 현재 “가까이 임한” 나라

나. 미래에 “임할” 나라

4. 내 안에 이루어지는 나라

첫째, 은혜에 기초한 나라

둘째, 자기만의 왕국은 무너져야 한다.

셋째, 천국의 본질은 생명의 새로움이다.

넷째, 거룩한 나라이다.

5. 끝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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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마태복음 5장 3절에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산상 팔복 중에서 첫 번째 구절을 명상하는 중에 은혜를 많이 받았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는 말씀이다. 산상보훈은 기독교 신자로서 이 구절을 모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만큼 성경전체의 보배에 해당한다. 이 천국을 소유한다는 축복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칼빈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고통을 당하는 자로서, 이를 통해서 “십자가의 학교에서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고 해석하였다. 그래서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영생의 소망을 가지고 인내하는 삶을 살아간다. 마음이 가난하여 질 때에는 오직 하나님의 사랑스러운 친절만을 의존하게 된다. 절망하고,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찾게 하는데, 이것들을 넘어서면서 천국으로 들어가게 하시는 방법이다.

천국이라는 축복된 하나님의 선물은 비단 여기 한 구절에 등장하는 특수한 복의 종류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천국’이라는 주제에 관한 성경의 종합적인 설명을 찾아보고자 하면서, 특히 요한 칼빈의 설명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기독교 강요｣의 한 구절을 읽으면서 평소에 하나님나라에 대해서 생각해오던 바를 잘 정리할 수 있었던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국을 거부하는 자들은 결국 자기 자신만의 나라를 가지고 있다는 칼빈의 해석에서 우리는 분명한 개념을 갖게 된다. 칼빈은 하나님 나라가 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는가를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각각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며, 그 가슴 속에 자기 나름대로의 일종의 왕국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자기 나라를 세우고 있고, 그 왕국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남의 말도 잘 듣지 않으려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칼빈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자만심을 이런 사망에 이르는 죄악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칼빈은 자기가 우월하다는 교만과 자기만족에 빠진 지성주의자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하는 오만함에 빠진 인간의 지식적인 은사에 대해서 탄식한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해 놓고, 그 나라의 주인으로 살면서 착각에 빠져서 있는 모습을 성경적으로 냉철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칼빈의 신학적인 해석을 토대로 해서 사람의 왕국, 개인의 나라가아니라, 성경이 강조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 글의 주제로 삼은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고, 영토가 있다. 한국인의 전통과 문화와 언어를 통해서 국민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하지만, 나라 사랑이라는 건전한 표어보다는 ‘한국적 민족주의’ 혹은 ‘애국적 국수주의’에 사로잡히게 되면 편협한 애국심만을 조장하게 한다. 내 나라 내 동포가 소중하고 귀한 것이기에, 남의 나라 남의 민족도 존중하여야 한다. 동시에 나의 나라, 개인주의적인 좁은 이기심을 벗어야 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더 무지하게 옹졸한 국가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현대인의 문제점에 대해서 오직 하나님 나라의 신학만이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1. 하나님 나라의 본질

알바 맥클레인(Alva McClain)은 그의 책, ｢위대한 하나님 나라｣에서 간략하게 하나님 나라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성경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 볼 때, ‘나라’의 개념이 최소한 세 가지 필수 요소를 지닌 총체적 상황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충분한 권위와 힘이 있는 통치자요, 둘째는 통치 영역 즉 백성이요, 셋째는 통치권 기능의 실제적 행사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본질을 지으실 때에 그분과의 인격적 상호 책임이라는 관계를 설정해 놓으셨다. 그래서 사람은 하나님 나라의 일원으로서 그분의 나라 안에서 다스리며 활동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충성스러운 동반자, 동업자로서 창조적 생명 사업에 참여하게 하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하나님의 나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역사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막연히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라는 말로서 대체될 단어가 아니다. 특별한 역사적 프로그램이다. 하나님은 최초의 계획과 목적에 따라서 사람들을 창조하시고, 하나님과 관계를 조화롭게 맺으면서 살도록 정해놓으셨다. 하나님은 사람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 (창 1：26-27, 엡 1：3-14). 자신의 뜻대로 섭리하시며, 구원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천지만물과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을 우리는 믿음으로 고백하고 섬기고 그분의 통치와 지배를 받아들이며 섬기게 되었다. 우리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드리게 되면 하나님의 통치와 지배에 영원히 동참하게 하신다(요 5：17-19).

하나님의 나라는 우주전체를 포함하며, 그 전체를 통치하신다. 하나님의 나라는 창조의 첫 순간부터 존재했으며 영원히 끝이 없다 (시 145：13).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나라, “땅 위에” 있는 어떤 나라보다 더 높고 위에 있는 “하늘” 나라이다. 다니엘서 2장에 강조된 사람의 손으로 아니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칼빈은 하나님의 나라는 “영적인 나라”로서 사탄, 세상의 군주들, 군대들에게서 구출을 받은 자들 구성되어진다고 보았다. 하나님께서 양자로 모든 백성을 받아들이심으로 이 나라는 점차 다윗의 왕국을 확장하여 전 인류를 포함하게 된다.

하나님은 왕으로서 모든 세미한 일에까지 다스리시며 총괄하신다. 그래서 신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다스리는 통치자이시다. 하지만 사람에게 “결정권” 혹은 “재량권”을 부여하셨다 (창 1：28-30). 땅에 충만하며, 경작하며 다스리는 권리를 주셨다. 무엇을 심든지 심는 대로 거두는 원리를 허락하셨다. 우리가 이 땅에서 그분의 다스림에 협력하고 동참하면 그분의 통치 안에서 구체적으로 생활하게 된다. 결국, ‘하나님 나라’라는 말이나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 (Sovereignty)라는 단어는 서로 바꾸어 사용해도 틀림이 없지만, 보다 분명하게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 구원역사의 집행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그분의 역동적 통치 (a dynamic activity of God)이기 때문이다.

2. 예수님이 선포한 천국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사역과 말씀 가운데서 이 땅위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성경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설명이 예수님의 복음서에서 가장 많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의 중심 주제가 하나님 나라라는 점을 놓쳐버리면 성경의 핵심 진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가르침은 언제나 깊이 되새겨야할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마태복음 3：2, 4：17, 10：7, 그리고 마가복음 1：15, 누가복음 10：9, 11과 같은 본문에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왔다”는 선언을 하신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 이전에는 전혀 없더니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천국은 이미 하나님의 창조와 통치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타났다. 다만, 예수님의 천국 복음을 귀 기울여 잘 들으면 그분 자신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드러난다. 예수님을 통해서 가장 선하고 가장 의롭고, 가장 최상의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셨고, 인간 곁으로 새롭게 가까이 다가 왔다. 예수님의 말씀과 임재는 살아있는 하나님 나라의 핵심이며, 아주 조용히 오셔서 하나님의 통치에 다가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이제 모든 세상 사람들이 예수의 복음을 들음으로써 진리로 자유케 되도록 하나님의 지혜로운 전략을 펼치신다. 복음을 통해서 하나님의 능하신 통치에 사로잡히게 될 때, 사람의 행동과 삶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며 함께 한다. 우리의 일생은 하나님 나라의 일부가 되고,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영역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장 강조하신 교훈은 “하나님 나라” 혹은 “천국” “하늘나라”에 관한 것이다. 예수님의 첫 메시지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마 4：17)는 선포였다. 마태복음 11장 12절에서, 사탄을 쫒아내시면서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고 하였다. 하나님의 나라가 강한 권세로 사탄의 세력과 지배에서 사람을 구원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힘과 권능은 사람들의 영혼 가운데 밀려들어와서 강력하게 작용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자체가 사람들 사이에 하나님 나라가 들어와 있는 것과 같다 (눅 17：21). 여기에 쓰인 동사 “엔기켄(engiken)”은 가거의 완료된 행동을 가르치는 동사이다. 예수님의 설교 내용 가운데 현재 하나님 나라의 임함이란 무엇인가? 마 11：5-6절과 마 12：28절이 의미하는 바는 옛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새로운 시간이 예수님과 함께 세상에 임했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와 무관하다거나,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아니 도리어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최고의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그것부터 구하는 목표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마 6：33).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선포된 복음이다.

복음서에서 하나님 나라는 핵심 주제로 가르쳐졌고, 마지막으로 승천에 임박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을 자세히 가르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 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 (사도행전 1：3).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란 극히 미미하고, 불확실하며, 혼돈 상태에 있다. 엄청나게 그릇된 정보로 가득 차 있는 인간의 두뇌와 지식에는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어서 전능자에 대해서는 어두움에 있는 것처럼 혼란과 혼돈만이 있을 뿐이다 (롬 1：18-25).

우리가 믿음의 성장을 통해서 하나님의 다스림에 순종하고, 협력해 나가는 법을 배워나가면, 예비해 두신 나라를 때가 되면 넘겨주신다.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 (마 25：34). 하나님이 세상만물과 사람을 창조하실 때의 계획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왕노릇하면서 다스리는 것이었다. 다시금 회복된 나라에 가게 된 믿음의 사람들은 영원한 나라의 주인이 된다：“주 하나님이 저희에게 비취심이라. 저희가 세세토록 왕노릇하리로다” (계 22：5).

3. 하나님 나라의 실재와 임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세상에 도래한 하나님 나라는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가리워져 있어서 보이지 아니한다. 오직 믿음의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하나님의 나라가 나타난다. 예수님은 복음 선포와 비유와 사역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알게 하시고자 노력하였다. 예수님의 구원사역에 관련되어서 선포되는 복음은 마가복음 1：14-15절에 잘 요약되어 있는 바, 사도들과 교회의 선교를 통해서 이어질 기쁜 소식이다.

가. 현재 “가까이 임한” 나라

하나님 나라가 지금 이 땅에서 그리고 현재 내 자신의 존재 안에 완전히 이루어졌는가? 하나님의 통치는 현재적 실체로 우리 곁에 이미 “임재”하여 있고, “존재”하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 믿는 자들이 “받아들여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곳이다. 성도들이 “이미” 그 나라의 시민이 되었고, 벌써 그 축복안에 들어가서 살고 있는 곳이며, 그 나라로 옮겨져서 그 안에서 역사하고 있는 곳이다(골 1：13). 육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라이다(요 18：36, 빌 3：20).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본질적으로 부정하며, 의심하고 있다. 인간은 그 누구도 마음에 두기를 싫어하고 독선, 교만,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하나님의 나라가 완전히 임한 세상은 아니다.

나. 미래에 “임할” 나라

또한 천국이 가까웠다는 말씀 속에는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가 들어있다. 아직 완전히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설명하시는 측면이 있다. 하나님의 통치 실현에는 분명히 미래적 차원이 있다. 성경 계시가 가진 구속역사적 일관성과 점진성을 잘 파헤친 보스 박사는 “이미”와 “아직 아니”라는 양면성을 가장 잘 정돈한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제시한 바 있다.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통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으로 입증되어 지는 나라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시옵시며”라고 기도하셨다. 하나님의 나라가 없어서 새로이 만들어서 주시라는 기도가 아니다. 날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현재 살아가고 있는 개인, 사회, 국가, 정치질서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나라가 지해하며 장악해 주시옵소서라는 기도이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개인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가게 되어진다. 마찬가지로,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오게 하시라는 간구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일차적으로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의 마음속에만 갇혀 있을 수 없고, 우주 만물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진 국가나 사회, 정치적 모임이나 단체들 속에서만 하나님의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의 정치적인 실체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예수님이 그토록 강조하신 하나님의 나라, 혹은 천국이란 무엇인가? 넓은 의미에서 하나님의 나라 혹은 천국은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는 광대하고 넓은 영역을 의미한다. 시편 103편 19절은 “여호와께서 그의 보좌를 하늘에 세우시고 그의 왕권으로 만유를 다스리시도다”고 선포하였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하신 만물을 다스리시며 주관하시고 통제하시고 주도적으로 지배하신다.

하나님의 통치권을 인정하고 고백하였던 바빌로니아 제국의 왕 느부갓네살도 역시 하나님의 주권적인 다스림을 고백하였다. “땅의 모든 거민을 없는 것같이 여기시며 하늘의 군사에게든지, 땅의 거민에게든지 그는 자기 뜻대로 행하시나니 누가 그의 손을 금하든지 혹시 이르기를 네가 무엇을 하느냐 할 자가 없도다”(단 4：35).

하나님이 통치하는 넓고 큰 우주적인 왕국에 대해서 생각하려면, 먼저 이런 의미를 담은 히브리어 ‘말쿠트’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 헬라어로 ‘나라’라는 말은 ‘바실레이아’로 통치의 영역이나 혹은 지리적으로 넓은 땅이라기보다는 통치 혹은 주권을 가지고 다스리심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주관자이시고, 다스리신다. 하지만 모든 피조물이 이런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서 다 인식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를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죄악으로 인해서 마음이 어두워지고, 하나님이 가리워져 버렸기 때문이다.

도리어 사람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고 자신들의 머리위에 영광의 관을 쓰고 호령하고자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보좌와 통치는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는 만드시고 지켜주시는 하나님을 대항하고 반항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기쁘신 뜻대로 자유롭게 심판할 자에게는 진노하시고, 불쌍히 여길 자에게는 긍휼을 베푸신다.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런즉 하나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하고자 하시는 자를 강퍅케 하시느니라 혹 네가 내게 말하기를 그러면 하나님이 어찌하여 허물하시느뇨 누가 그 뜻을 대적하느뇨 하리니 이 사람아 네가 뉘기에 감히 하나님을 힐문하느뇨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뇨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드는 권이 없느냐 만일 하나님이 그 진노를 보이시고 그 능력을 알게 하고자 하사 멸하기로 준비된 진노의 그릇을 오래 참으심으로 관용하시고 또한 영광받기로 예비하신바 긍휼의 그릇에 대하여 그 영광의 부요함을 알게 하고자 하셨을지라도 무슨 말 하리요”(롬 9：18-23)

하늘의 모든 것들과 땅 위의 모든 자들은 마침내 최종적으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되어질 것이다. 그리고 주님의 주권과 통치 앞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빌 2：10-11).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은 왕권을 인정하고 통치를 받아들인다는 항복의 표시이다. 거만하고 완악한 자들마저도 순한 양과 같이 변화될 것이다.

천국의 시작은 불과 소수의 제자들과 함께 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겨자씨처럼 천국은 미미하게 잘 보이지도 않지만, 종국에는 큰 새들이 와서 둥지를 틀 수 있을 만큼 크게 번창하는 나무와 같다. 필자는 이 겨자씨 나무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 여행 중에 나사로의 무덤 위에 세웠다는 기념 예배당 마당에 서 있는 큰 나무가 바로 겨자나무였었다.

생명이 있어서 겉보기와는 달리 누룩처럼 번져나가는 것이 하나님 나라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서 버려진 자들을 구원하시고, 우리의 삶의 영역에 하나님의 간섭이 함께 하실 때에 점차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모든 자들과 모든 만물이 우러러보며 존중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만상 위에 임하고, 만인 위에 세워질 것이다：“만물을 저에게 복종하게 하신 때에는 아들 자신도 그 때에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케 하신 이에게 복종케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만유의 주로서 만유 안에 계시려 하심이라” (고전 15：28).

4. 내 안에 이루어지는 나라

칼빈의 해석적 지혜를 빌리면, 예수님을 통해서 전파된 하나님 나라를 믿음으로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며, 우리가 그 나라에 들어가서 살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임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각자 자신의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면서 천국의 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성하고 뉘우치는 자에게는 예수님이 그 영혼에 들어가서 즐거워한다(마 5：20, 18：3, 요 3：3,5). 삭개오의 집 안에 예수님이 들어가셔서 함께 머물면서 교제하고 모든 악한 삶을 정돈하게 회복하는 즐거움을 주신 것이다.

첫째, 은혜에 기초한 나라

마태복음 3장 2절에 보면, 세례 요한은 자신의 죄를 사함받기 위해서 회개하라고 촉구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다고 선포한다. 칼빈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하나님 나라는 축복받은 생명, 참되고 영원한 행복으로 완전히 대체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고 풀이한다. 그래서 세례 요한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다고 주장할 때에는 이미 하나님의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낯설게 된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금 하나님 앞에 모이라는 것이고,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손길 아래서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지난 날 지은 죄를 용서하시고, 거저 우리를 자녀로 받아들이심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과정에 대해서 은혜를 강조하는 칼빈의 신학을 눈여겨보라. 이런 회개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근거로 시작된다. 하나님 나라는 먼저 은총의 신학이 강조되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런 부분에서 필자는 칼빈의 성경주석과 신학적 진술 속에 담겨있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설명의 특별함을 다시 발견한다. 즉, 은혜를 강조하고, 은혜에 기초하여 모든 주제와 연결시키려는 진술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칼빈에게서는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은혜가 근거로서 항상 확인되어지고 있음을 하나의 공식처럼 느끼게 된다. 필자는 언제나 16세기 종교개혁 신학의 성경적인 진수를 맛보게 된다. 칼빈이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한 신학적인 해설이나 성경 주석들을 살펴보면 그가 가졌던 신학이 마치 자신의 훌륭한 사상에서 나왔거나 어떤 자신의 탁월한 의도에서 체계화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칼빈은 성경의 본문 속에 담겼던 의미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데 결정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어떤 동기나 의도를 가지고서 자기가 바라는 방향으로 성경을 도구화하는 신학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칼빈은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이러한 나라가 우리에게 가까이 오고, 우리가 참여하는 근거에 대해서 무척이나 강조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결코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둘째, 자기만의 왕국은 무너져야 한다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이전의 인간은 이기적이요 세속적인 나라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님 나라에 반대적인 개념은 ‘사람마다 자기 마음속에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나라’다. 이러한 비인간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나라는 사람 살만한 나라가 못된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도 자기중심성을 벗어 버리지 못하는 나라는 없다. ‘민족주의’ 혹은 ‘국가이익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자기나라 위주의 정책과 외교는 결국 남을 피곤하게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배하려 한다. 칼빈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자기만의 나라에 대해서 ｢기독교 강요｣에서 통렬하게 비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남의 인격과 도덕생활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충돌점에 이르게 되면 독을 내뿜는다. 모든 일이 명랑하고 유쾌할 동안에는 분명히 온화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괴롭고 성가시게 굴 때에도 여전히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이 투쟁욕과 이기심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이다. 이것을 우리의 가장 깊은 마음 구석에서 뽑아내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나님 나라와 전면으로 대립되는 사람의 나라는 무너지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오만하고 자기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대립과 갈등이 그치지 않는다. 자기의 단점들은 어떻게든지 감추려고만 하고, 남의 장점에 대해서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바울 사도는 사람의 본질을 분명히 설명한다. “누가 너를 구별하였느뇨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뇨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같이 자랑하느뇨”(고전 4：7)라고 반문한다.

자기허물을 돌아보면서 겸손한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오만하게 스스로를 높이려는 왕국은 무너져야 한다. 다른 사람을 자기 밑에 두고 복종시키려는 자세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진심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천국의 본질은 생명의 새로움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간단히 말해서 생명의 새로움이다. 이로 인해서 하나님은 영원한 축복의 희망을 우리의 마음속에 회복하신다. 그분은 우리를 죽음과 죄의 노예상태로부터 구출해 내신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우리를 변호하시며, 우리가 세상의 나그네 삶을 사는 동안에 믿음으로 하늘나라의 생명을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런 결정은 이미 창세전에 우리를 택하여서 하나님 자신의 사랑 안에서 살도록 미리 작정하셨다(엡 1：4). 비록 우리가 죽음 앞에 직면하여 있고 무력한 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받은 영생은 확고한 것이요, 분명하다. 우리가 받은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골 3：3).

우리가 자신의 마음에 나름대로의 결단하는 바가 있어서 스스로 회개하면, 그 다음에 하나님의 나라가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는 논리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자발주의요, 자기중심적인 노력이다. 그것이 아니라, 먼저 하나님의 은혜가 근거가 된다. 요한은 하나님의 은혜를 먼저 우선순위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 비로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은총이 회개의 근거이며,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자발적인 회개를 먼저 강조하거나 주장해서는 안된다. 마치 하나님의 용서와 죄의 사하심이 여기에 근거하는 것처럼 말해서도 안된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호의로우심에 의해서 시작된 화해의 초청을 출발점으로 해야하는 것이요, 인간이 회개하도록 촉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넷째, 거룩한 나라이다.

세상 나라들의 멸망과 쇠퇴는 그 안에 싹터서 자라는 죄악의 결과이다. 이사야 14：12-17절에서 거만하고 오만한 자의 멸망을 선포하고 있다. 하지만, 바빌로니아, 앗시리아,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세상 강국들의 멸망은 자체의 부정과 타락과 방탕에서 나오고 말았다. 사람이 통치하는 나라는 권력자들의 죄악으로 인해서 부패하게 되어 있고, 멸망당하고 말았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도 이와 비슷하며, 인류의 역사는 큰 차이가 없다.

사람은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완전한 거듭남과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발견하고, 의로움을 추구하는 삶으로 변혁되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서 사람의 인격이 변하고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칼빈이 하나님 나라의 평화로움에 대해서도 설교시간에 거듭 강조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칼빈은 인간의 회개에 앞서서 하나님의 자유로운 사랑이 우선적으로 먼저 와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강조한다. 가련한 인간들이 자신들의 죄를 후손에게

“우리들의 잘못을 인정할 때에, 우리는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것 보다 더 복음의 가르침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며,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게 되어진다. 왜 그토록 복음이 우리 안에서 적은 열매만을 만들어 내는 것인가?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며, 별반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설교를 들으려 오고 복음이 선포되어지지만 문제는 의무감에서 오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그렇게 하고 나게 되었는데도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지고 돌아가는가? 우리는 설교를 들을 때마다 자기 점검을 철저히 해야만 하고 그래야만 우리가 그것에서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 가를 생각할 수 있으며, 우리의 유익을 위해서 어떻게 적용해야하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설교는 뜨거운 공기가 아니다. 우리가 비록 설교를 한 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 나가게 했을 지라도, 언젠가 우리가 들은 모든 것들을 그대로 실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칼빈은 우리 마음속에 담긴 자기만의 왕국에 빠져 있지 말고, 새로운 마음을 얻어야 한다. 먼저 인간들의 독단적인 판단과 자아의 허상에 집착하는 위험함을 간과하지 말라고 권한다.

5. 끝맺는 말

이 짧은 글에서 필자가 던지고자 하는 주제는 하나님 나라이다. 세상의 나라에 속해 있으면서, 한국이라는 단순한 국가개념으로 철저히 살아온 필자는 애국심과 충성심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인터넷과 매스컴의 발달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였다. 다른 나라의 일이 결코 남의 일로 취급되지 아니하며, 세계 어느 나라든지 함께 생각하고 호흡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공정하고 포괄적인 개념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다 유엔이나 국제연합기구의 일원이지만, 아직도 그런 기관에서는 평화가 없다. 오직 영적인 나라, 하나님의 나라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창초 때부터 이 지구에 거하는 사람마다 부여받은 권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이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받으시고 예수님께서 즉각 축복하신 말씀이 ‘천국의 열쇠’를 주신다는 선포였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늘의 시민으로 살아야 비로소 평안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