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르미니안파의 저항
아르미니안주의의 정체를 우리가 좀 더 상세히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 날카로운 교리적 정의에 싫증을 느꼈으며, 또한 보다 더 관대한 태도를 갈망한 데서 볼 수 있었다. 화란의 학자 코른 헤르트(Dirck Coornhert, 1522-1590)가 바로 그러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가장 충분히 표현한 사상가는 아르미니우스(James Arminius)와 그의 제자들이었다.1)
아르미니우스는 성경의 명백한 교훈을 떠나 자기 나름대로의 사상을 은밀히 보급하였다. 그의 사상을 요약하면 대개 다음과 같이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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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은 도덕적 악은 죄책(罪責)을 내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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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은사와 유아(幼兒)의 중생은 정의(正義)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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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효과는 다만 인간의 자연적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있는 것이지 그 능력을 바로 사용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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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選擇)은 하나님께서 예지(豫知)된 신앙을 근거로 하여 어떤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시는 결정(決定)이요 무조건 어떤 사람을 신자로 만드시는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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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육체적 죽음은 죄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독단적인 작정(作定)의 문제이다.
아르미니우스는 이상과 같은 사상을 처음에는 비밀히 가르치다가 마침내는 공공연히 유포하여 화란 교회의 개혁주의 신앙 옹호자들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2)
1610년 화란 신학교의 교수인 제임스 아르미니우스(James Arminius)가 죽은 지 꼭 일 년 만에 그의 가르침에 근거한 신앙의 5개 조항이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서 작성되었다. 이 5개의 조항을 “항론(저항)”의 형식으로 화란 정부에 제출했다.
아르미니안파는「벨직 신앙 고백(Belgic Confession of Faith)」제16조(條)에 동의할 수 없었다.3)「하이델베르크 신조」(그것은 화란 교회들의 교리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이다.)가 항론 속에 담겨 있는 교리적인 견해를 따르도록 변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미니안들은 거룩한 주권, 인간의 무능, 무조건적인 선택 또는 예정, 특별한 구속, 불가항력적인 은혜, 그리고 성도의 견인들과 관계된 신조나 신앙 고백 속에 채택되어 있는 그러한 교리들을 거부했다. 이러한 일들과 관련하여 그들은 화란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바꿔 주기를 원했다.
이 열기는 전국에 퍼져 나아갔다. 화란은 두 개의 적대 진영(敵對陣營)으로 분리되어, 하나는 옛 칼빈주의 신앙에 확고히 선 파요, 다른 하나는 아르미니우스가 유포한 펠라기우스주의를 옹호하는 파였다.
승리를 얻는 데 열이 올라 있던 아르미니우스의 추종자들은 1610년 화란 의회에 탄원서(歎願書)를 제출하였다.4) 이 탄원서를 보통 “항의서(Remonstrance)”라 하였으며, 그들이 이 용어를 사용한 것 때문에 그들을 ‘항론파(抗論派, Remonstrants)’라 불리어지게 되었다.
이 항의서는 주로 모리스 왕자(Prince Maurice, 1588-1625)의 궁정 목사인 위텐보개르트(John Uytenbogaert, 1557- 1644)5)와 그로티우스(Grotius), 림보르크(Limborch)와 아르미니우스의 제자요 후에 라이덴 대학의 교수가 된 에피스코피우스(Simon Episcopius, 1583-1643)에 의하여 작성되었다.6) 아르미니안파의 이러한 행동을 알게 된 칼빈주의자들도 즉시 “반항의서(反抗議書,Counter Remonstrance)”를 작성, 제출하였으며 따라서 그들은 ‘반항론파(Contra-Remo- nstrants)’라 불리어지게 되었다.
아르미니우스7)는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교와 스위스 바젤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제네바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당시 이 대학은 칼빈주의 신학의 명문이요, 학문의 중심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여기서 아르미니우스는 칼빈의 친구요, 후계자인 그 유명한 베자(Theodore Beza) 밑에서 배우게 되었다.8)
신학 공부를 끝마친 아르미니우스는 1588년 암스테르담에서 목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1603년에는 저 유명한 후란쯔 유니우스(Franz Junius, 1545-1602)의 자리를 이어받아 라이덴 대학의 신학 교수가 되어 죽는 날까지 거기서 가르쳤다. 1589년 아르미니우스는 자유 의지 사상가 코른 헤르트에게 대항하여 타락 전 선택설(Supralaipsarianism)의 입장을 변호하도록 지명되었다. 이 논쟁은 하나님의 목적의 순서와 관련되어 있었다.
하나님은 선택(選擇)과 유기(遺棄)를 작정하시고 나서 그 작정의 수단으로 타락(墮落)을 허락하셨는가(supra lapsum)? 아니면 인간의 타락을 허락하시고 나서 어떤 사람들을 구원하실 방법으로 선택을 작정하셨는가(infra lapsum)? 아르미니우스가 이 문제들을 연구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아르미니우스는 이단적인 신도의 견해를 동정하는 입장으로 나아갔다. 무조건적 선택(無條件的選擇)의 교리 전체를 의심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인간의 자유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르미니우스는 이 교리를 버리고 죄인이 구원을 얻는 데 인간 의지(人間意志)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스도가 이루신 속죄(贖罪)는 온 인류를 위해서 충분하다. 회개하고 믿고 인내하는 사람은 선택의 작정에 들어 있고 완고하여 회개하지 않는 자는 유기의 작정에 들어 있다고 하였다.
코른 헤르트는 칼빈주의 사상을 공공연히 반대했으나, 아르미니우스는 은밀히 반대하였다. 그는 공적으로 주장한 것을 사적으로 파괴하였다. 말하자면 학생들과의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서 또는 원고를 비밀리에 돌려 칼빈주의 원리(原理)를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는 형식으로 말이다.9)
이와 같은 이중적인 행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1604년 아르미니우스가 제출한 예정론(豫定論)에 관한 논문 때문에 아르미니우스와 고마루스(Francis Gomarus, 1563-1641)10) 사이에는 심한 논쟁이 벌어지게 되었으며, 얼마 안 있어서 이 논쟁의 분위기는 화란의 신교 전체에 번지게 되었다.11) 고마루스는 1594년 이래 라이덴 대학의 신학교수로 일하던 분으로, 강력한 칼빈주의자이며, 당시 가장 유식한 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 두 교수를 화해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가지로 행하여졌으나 모두 허사였다. 1608년에는 중의(衆意)의 압력을 받아 공적인 토론이 마련되었으나 그것도 실패로 돌아갔다. 드디어 아르미니우스와 그의 지지자들은 그 문제를 밀고 나갈 충분한 힘이 있다고 믿고, 화란 정부에 호소하여「벨직 신앙 고백(Belgic Confession)」을 수정하도록 대회 소집을 요청하는 대담한 행동을 취하였다. 이 신앙 고백은 대학과 교회가 다 같이 승인하는 칼빈주의 교리들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과감한 행동은 국가의 종교적 구조를 전복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에 전국적인 경계를 일으켰다. 그리하여 이 이상 더 방임해 둘 수 없었으며, 국가적 위기로 발전될 이 일을 다루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 계 속 -
1) Walker, Williston, A History of the Christian Church(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1919), pp. 453-454.
2) 신복윤/글, ｢신학지남｣ 1980 년 여름호, 통권 188 권, “칼빈주의 5대 강령의 역사적 배경” (신학지남사), p.106.
3) 김수만/저, ｢칼뱅주의｣(도서출판 한글, 1994), p. 54.
벨직 신앙 고백 제 16 조 영원한 선택(選擇)：우리는 아담의 모든 후손들이 최초의 조상들의 죄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져 멸망을 당하게 되자 하나님께 서 자기 자신을 친히 나타내 보여 주셨음을 믿는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은 자신이 자비롭기도 하고 공의롭기도 하심을 보여 주셨다.
자비-하나님은 자신의 영원하고 불변하며 인자하신 뜻을 따라 사람들의 어떤 행위와 관계없이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택한 자들을 모두 이 지옥에서 건져 내사 보존하고 계신다.
공의-다른 사람들은 버림을 받아 지옥에 떨어져 그 안에서 지낸다.
4) Warburton, op. cit., p. 55.
5) Johannes Uytenbogaert(1557-1644)는 화란의 항의파 중에 명망있는 지도자였다. 1577년 2월 11일 우트레흐트(Utrecht)에서 로마 가톨릭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우트레흐트의 성 제롬(St. Jerome) 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21세에 이미 변호사가 되었고, 후에 제네바에 가서 베자(Theodore Beza) 아래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으며, 그 제네바 아카데미에서 고향 사람인 아르미니우스를 알게 되었고, 일 년 후에 가까운 친구가 되어 베자의 감화보다 아르미니우스의 감화를 받아 그를 추종하는 자가 되었다(De Jong, op. cit., pp. 46-47).
6) McNeill, John T. The History and Character of Calvinism(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54), p. 264.
7) 제이콥 헤르만스(Jacod Hermans, 1560-1609)는 오우드워터(Oud- uwater)에서 태어났다. 라틴명(名)으로 이름을 아르미니우스(Arm- inius)로 개명(改名)하였다.
8) Warburton. Ben A., Calvinism(Grand Rapids:Eerdmans, 1955), p. 49.
9) Ibid., pp. 52-53.
10) 프란시스 고마루스(Francis Gomarus, 1563-1641)：개혁주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고마루스는 1563년 부르주(Bourge)의 국경 지방 발룬－플레미시의 프랑스와 고마에르에서 태어났다. 그는 1570년대 말에 부모와 함께 개혁주의 신앙으로 개종하였으나, 1577년 스페인이 로우랜드 지역에 극심한 박해를 가하자 그의 가족은 독일로 도피하였다. 그는 1582년에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포드 대학교와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였다. 그 후 추방되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교수들이 그 대학으로 복귀하자, 그는 하이델베르크로 되돌아갔으며, 그들에게서 개혁주의 신학을 배웠다.
폭넓은 특별한 교육을 받은 고마루스는 헬라어를 포함한 언어의 전문가가 되었다. 이러한 그의 교육은 1587년 피난민들로 구성된 프랑크푸르트의 발룬 개혁교회에서 목사로 사역하는 데 귀하게 쓰임 받았다. 1594년 그는 라이덴 대학교의 신학 교수로 초빙되었으며, 그의 초기 교수 생활은 평탄하였다. 그러나 1603년 야코부스 아르미니우스(Jaco- bus Arminius)가 그 대학교의 신학 교수로 임명되자, 상황이 돌변하였다. 고마루스는 아르미니우스의 예정론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임명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결국 아르미니우스는 정부의 고위급 친구들의 도움으로 임명되었다. 그 후 고마루스와 아르미니우스의 논쟁은 계속되었고, 교회를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다. 1608년 그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헤이그 대법원에서 개최된 공식적인 논쟁에서 고마루스와 아르미니우스는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논쟁 중인 문제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 후 고마루스와 아르미니우스 사이의 또 다른 토론회가 준비 중이었으나. 1609년 아르미니우스가 사망하자 개최되지 못하였다.
1618년 그는 도르트 대회에 참석하여 아르미니안주의를 정죄하는데 중차대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도르트 대회는 무조건적 선택을 포함한 칼빈주의 신조를 채택하였으나 고마루스의 “타락 전 예정론(Supr- alapsarianismus)”을 채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대회는 타락 전 예정론을 정죄하지 않았다. 아르미니안주의를 정죄하는 일 외에도 고마루스는 도르트 대회에서 요한네스 맥코비우스(Johannes Meccovius)의 잘못된 교리를 조사하는 위원회에서 활동하였다.
고마루스는 오직 한 가지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었다. 아울러 그는 그의 신학을 결정하는 데 오직 한 가지 책만을 인정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성경이었다. 그는 다양한 편지에서 우정의 표시로, 그리고 일기장에서도, “당신의 말씀은 빛이나이다(Thy Word is Light)”라는 말을 쓰곤 하였다〔정성구/저, ｢개혁주의 人名事典｣ (총신대출판부, 2001), pp. 21-22〕.
11) Walker, op. cit., p. 4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