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1. “5대 강령”의 기원
역사적으로 칼빈주의라고 일컫는 신학의 체계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5 개의 강령으로 공식화 되었는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17 세기초반기에 화란에서 일어났던 신학 논쟁을 이해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아르미니안주의를 알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이 역사적인 논쟁에 포함되어 있는 논제들은 참으로 심각한 것이었다.
당시 화란신학교 교수였던 아르미니우스(James Arminius)1)가 죽은 지 1 년 된 1610 년에 그의 제자들이, 아르미니우스가 가르친 것에 기초하여 5 개 조항을 만들어 칼빈주의 기독교 국가였던 화란 정부에 항의하여 제출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이 항의문에서 벨직 신앙고백(Belgic Confession of Faith)2)과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서(Heidelberg Catechism)를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통 칼빈주의자들도 그들의 신앙을 옹호하는데 열성을 다했다. 그리하여 1618 년에서 1619 년까지 7 개월에 걸쳐 화란의 라인강 하류에 있는 돌트레흐트(Dortdrecht)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것이 이른바 도르트 총회(Dort of Synod)라고 한다.3) 항의문에 반박하기 위해서 ‘칼빈의 5 대 교리’를 요약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르미니안주의자들이 반대한 화란 개혁교회에서 공인된 정통 표준서였던 벨직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서에는4)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무능력, 무조건 선택(예정), 제한된 구속, 불가항력적인 은혜와 성도의 견인 등의 교리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인간의 구원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주권보다는 인간의 능력에 더 비중을 두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신학적인 논쟁으로 인하여 정부는 1618 년 11 월 13 일 화란 남부지방 도시인 도르트에서 총회로 84 명의 총대와 기타 행정원과 각국 대표를 합쳐 129 명이 모여 아르미니안주의자들의 견해를 성경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이 회의는 다음해 5 월 9 일까지 약 7 개월간 계속하며 154 차의 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아르미니안주의자들이 제시한 교리가 성경에 맞지 않음을 지적하고 ‘칼빈주의 5 대 교리’가 성경 말씀에 입각한 참된 교리라는 결론을 얻어 정식으로 승인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Tulip5)(5 대 교리의 영문 첫 글자 표기)이 탄생하게 되었다.6)
이른바 TULIP 교리로 알려져 있는 칼빈주의 5 대 강령은 도르트 종교회의에서 재확인된 결의사항이며 성경에 뿌리를 둔 진리로서 역사적 기독교회의 전통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적 전통7)도 이 진리를 근간으로 한다. TULIP, 흥미롭게도 도르트 종교회의가 네델란드에서 열렸고, 튤립(Tulip)은 그 나라의 국화다. 여하튼 각각의 대문자로 지목되는 각각의 교리들은 서로 나눌 수 없도록 유기적 상관성을 지닌다.
그것들 사이의 차이점은(칼빈주의와 아르미니안주의) 근본적으로 강조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한 것이다. 하나는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선언하고 다른 편은 인간이 그 자신을 구할 수 있도록 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칼빈주의는 잃어버린 인류의 회복을 성부에 의한 선택, 성자에 의한 구속, 성령에 의한 부르심으로 사람들을 향해 기울어 졌으며 그래서 그 구원이 틀림없이 보장되는 것이고, 아르미니안주의는 각 행위에 다른 관련을 지어준다. 구속의 대상은 모든 인류, 부르심은 복음을 듣는 자들 그리고 선택은 응답하는 듣는 자들 사람들의 구원은 그것들 중의 어떤 일에 의해 보장되는 것을 부인한다.
칼빈주의는 구원을 하나님의 사역에 의존한 것으로 만들고 아르미니안은 구원을 향한 인간 자신의 공헌으로 생각한다. 한편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 다른 한편은 구원의 장치를 건조(建造)하신 분인 하나님과 믿음으로 그것을 조정한 인간과의 사이에서 찬양을 나누고 있다.
개혁주의8) 사상을 바로 알지 못하는 목회자들 중에는 칼빈주의 5 대 교리(Five Points of Calvinism)는 잔혹하고, 냉엄하며,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고 본다. 또 칼빈주의자들이 믿는 하나님의 전횡적(專橫的)이고 유기(遺棄, Reprobation)의 작정은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한다.9)
최근 로마교에서는 특별히 개혁신학 체계를 이단시하면서 이른바 ‘도미노 이론’10)을 말하고 있다. 즉 개혁파의 주장이란 여러 교리들이 상호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만일 그들 가운데 한 요소만 무너뜨린다면, 전체는 자동적으로 와해된다고 주장하며, 개혁파의 입장을 공격하고 있다.
이 같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은 급변하는 현대의 정신계와 신앙세계 안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우리로 알게 한다. 계시 의존적 신앙에서 인본주의적 관심사로의 전향 - 이는 이 시대의 영적 기상도에 포착된 이상기류로서 세속화의 돌풍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교회들과 크리스천들은 이 모든 변화를 접하면서 개혁 신학적 전통의 신앙체계가 TULIP 교리를 거절하는 현대의 정신 및 영적 세계와 늘 긴장 관계에 있음을 기억하고 항상 깨어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의 음성을 들어야 할 것이다.11)
칼빈주의는 하나님이 그의 은혜로 혼돈과 전쟁이 계속되는 이 시대의 기독신자에게 주셨던 가장 큰 축복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칼빈주의야말로 수많은 귀중한 피의 댓가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을 위해 놀라운 승리를 쟁취했기 때문에 그때의 어두운 시대에 그것은 진리였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그때 그것이 진리였다면 오늘날도 진리이다. 진리라면 믿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따라야 한다.12)
- 계 속 -
1) 아르미니안주의(Arminianism) 화란 신학자 아르미니우스(Arminius, 1560-1609 )에 의해서 시작되었으며 칼빈을 반대하다가 예정교리에 도르트(Dort) 회의에서 정죄됨. 주요 교리는 ① 예지예정 ② 만인구원 ③ 자유의지 의존 ④ 가항적 은총 ⑤ 성도의 보호 불확실.
2) 벨직 신앙고백은 1561 년 기도드브레(Guido de Brés, 1522-67)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불란서어로 기초하고 그 후 칼빈의 제자 프란시스 유니우스(1545-1602)가 이를 개정한 후 1562 - 66 년간에 비로서 이를 인쇄한 후에 화란어, 독일어, 라틴어 등으로 번역되었고 1566 년 당시의 화란 령이었던 안트벨프(Antwerp)의 총회에서 채택되었는데 이는 화란의 칼빈주의 원리를 확인한 것이다. 이 고백은 최종적으로 도르트 총회(The Synod of Dort)에서 다시 확인 채택되었다. 그 후에 화란 및 미국의 개혁파교회가 하이델베르크 문답과 아울러서 채택되었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더불어서 전체가 칼빈주의적 교리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정성구/저, ｢칼빈主義 思想大系｣ (총신대학출판부, 1998), pp. 94-95.
도르트 총회의 의장은 요한네스 보겔만(Johannes Bogerman)이 선출되었다. 그는 일찍이 칼빈이 세웠던 제네바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성경학자였다. 그는 도르트 총회를 위해서 교수직도 사양하고 154 回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칼빈주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도르트총회의 회의 내용은 2 년 후인 1621 년에 속기내용이 완전히 책으로 되어 Acta ofte Handelinghendes Nationalen Synodi Ghehouden door authoriteyt det Hoogh: Mogh: Heeren Staten Generael des Vereenichden Nedelands Tot Dordrecht Anno 1618 ende 1619(Tot Dordrecht, 1621)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내용은 6 개월 동안의 매일 매일 회의 내용을 시간과 의제 토의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한 역서적으로 귀중한 문헌이다. 이 문서는 현재 한국 칼빈주의 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도르트 총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쓴 논문 “도르트 총회와 칼빈주의 운동”(神學指南 55 권 1 집, 215 호, p. 43를 참고하기 바란다.
도르트 총회에 대한 연구자료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P. Schaff, The Creeds of Christiandom ⅲ (1877).
M. Graf, Beytrage zur Kenntniss der Geschichte der Synode Von D- ordrecht (Nasel, 1825).
B. Glasius, Geschiedenis der Nationale Synode in 1618 en 1619, Ge- houden to Dordrecht (Leyden, 1860).
L. H. Wagenaar, Van Strijd en Overwinning (G.J.A. Ruys, 1909).
P. Y. de Jong 등이 있다.
4)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Heodelberg Confession) 독일 제후 프레드릭 3 세의 명으로 1563 년에 ‘자카리우스 우르시누스(Zacharius Ursinus)와 올레비아누스(Olevianus)’에 의해 만들어진 칼빈주의와 루터주의를 조화시켜서 만든 신앙문답서. 이 문답서는 개혁이 늦게 된 독일, 화란, 헝가리 등 개혁교회에서 채용됨.
5) TULIP 교리란 알려진 바대로, T는 인간의 전적 부패(Total depravity), U는 무조건적인 선택(Unconditional election), L은 제한 속죄(Limited atonement), I는 불가항력적인 은총(Irresistible grace), P는 성도의 궁극적 구원(Perseve- rance of the saints)을 뜻하는 영어철자의 대문자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6) 김하진/저, ｢주제별 칼빈주의｣ (한국문서선교회, 1988), p. 30.
7) 여기서 우리의 ‘신앙적 전통’이란 역사적인 전통적 개혁신앙 및 성경적인 장로교 신앙을 의미한다. 이는 곧 ‘청교도적 개혁주의 신학’ 입장이라 할 수 있다(Cf., ｢당신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 교의학의 원리와 방법｣ [서울 : 총신대출판부, 1991], p.105f). 이 입장에서는 사도신경, 니케아신조, 칼케돈신경, 도르트 신경,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 및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등을 신앙의 표준으로 삼는다.
최홍석/저, ｢신학지남 2002 년 가을호(통권 272 권) “도르트 신조에 나타난 TULIP 교리의 정당성과 선교적 함축”｣ (총신대출판부), p. 145.
8) 개혁주의 : 칼빈도 슈라이엘마허도 개혁주의란 말을 썼으나 서로가 뜻이 다르듯이 신학자들도 쓰는 사람에 따라서 개혁주의란 말이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흔히들 20 세기의 최대의 신학자 Karl Barth 를 가리켜서 개혁주의 신학자라고 찬양한다. 이에 반해서 C. Van Til 박사는 Karl barth 야말로 개혁주의 신앙의 가장 위태로운 적수라고 했다. 또 화란 K. Schilder 박사는 Karl Barth 는 개혁주의 신앙을 무너뜨리는 자라고 했다. W. C .C. 초대 의장이었던 Vissert Hooft 는 개혁주의자였다. 한편 I. C. C. C.의 초대 의장이던 Karl Mckintile 도 개혁주의자였다. 그는 일생동안 Vissert Hooft 의 노선을 비판했다. 그러므로 개혁주의를 말한다고 다 개혁주의도 아니고 칼빈주의를 말한다고 모두가 칼빈주의자는 아니다.
I. John Hesselink, On Being Reformed. Distingtive Characteristics and Common Misunderstandings.(Mishigan : Servant Books, 1983), pp. 7-8.
9) 정성구/저, ｢칼빈主義 思想大系｣ (총신대학출판부, 1998), p. 426.
10) 도미노이론(domino-理論)：1960 년대에 미국 군부 및 정치가에 의하여 제창된 전략이론. 어느 지역이 공산화되면 그 인접 지역도 차례로 영향을 받는다는 사고방식인데 특히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던 때에 자유 월남이 공산화되면 도미노 골패(骨牌)가 차례로 넘어지듯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파급될 것이라던 주장으로 유명했음.
｢국어대사전｣ (민중서관, 2001), p. 682.
11) 최홍석/저, ｢신학지남 2002 년 가을호(통권 272 권) “도르트 신조에 나타난 TULIP 교리의 정당성과 선교적 함축”｣ (총신대출판부), p. 145.
12) R. C 리이드/저, 홍병창/역, ｢칼빈주의 뿌리와 열매｣ (교회교육연구원, 1985), p. 26.
